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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칼럼C] 백진일의 Unplugged_#1.한국비즈커넥트(KBC) 배준철 대표이사 인터뷰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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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칼럼C] 백진일의 Unplugged_#1.한국비즈커넥트(KBC) 배준철 대표이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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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제가 진행한 인터뷰 형식의 특강에서 한국비즈커넥트 배준철 대표이사를 모시고 진행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배 대표님은 10년 넘게 알고 지낸 지인으로 창업계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임하십니다. 최근 엑시트(EXIT)*를 하셔서 의무 복무를 하고 계신데,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엑시트는 목표 중 하나일 것이므로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듣고자 진행했습니다.

 

*엑시트(EXIT) : 창업자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거나, 회사를 다른 회사에게 매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IPOM&A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백진일(이하 백) : 안녕하세요, 대표님. 무척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먼저 오늘 처음 뵙는 분들을 위해 회사 및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배준철(이하 배) : 저는 한국비즈커넥트(KBC)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준철입니다. 제가 가진 역량이나 노력에 비해 운이 좋아서, 아들 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40대 창업가입니다. KBC는 전국 500여개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의 최신 정부지원사업 데이터를 큐레이션하여 130만 사업자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비즈봇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10월에 창업해서 2021년 초에 유니콘 회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데이터(KCD)에 인수가 되었고, 현재는 KCD 공동체와 함께 대한민국 사장님들의 사업의 모든 과정이 쉬워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사장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을 드리고자 창업/ABB/디지털 혁신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먼저 창업을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사업체도 한두 개가 아니실 텐데 창업하신 기업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 직장 다닐 때 입체적으로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첫 창업도 잘 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른 공공기관에 경력직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아파트 청약 피팔이로 용돈벌이 되니까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고요. 사업 아이템 역시 최저가로 팔면 사람들이 다 내 것만 사고 부자 될 거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는 지인을 통해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는 루트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꿀직구였습니다. 일하다 보니 마케팅에 대한 부분도 자주 접했는데 우리가 해보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해보았습니다.

 

: 기관에 이미 계셔서 기존 창업자들의 무모함을 많이 보셨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무모한 창업이었네요. (웃음) 원래 마케팅을 하신 게 아니세요?

 

: .

 

: 그러면 공부하셔서 마케팅 사업을 시작하신 거예요?

 

: (웃음). 다행히 기관에서 다닐 때 알던 수요처가 있었고 초기 수요가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보통의 기업들은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수성아트복싱클럽이라고 복싱장 프랜차이즈도 해보았어요.

 

: 해보지 않은 게 없으시네요. 사실 비즈봇홍보하라고 멍석 깔아드린 건데 말씀을 하지 않으시네요(웃음).

 

: , 스타트업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지원사업을 알려드리는 비즈봇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 매번 찾기 힘든 대표님들이시라면 비즈봇으로 편하게 지원사업 받아보세요. 비즈봇 외에도 카카오톡 기반 60여 개의 챗봇 서비스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00003072538


 

: 창업 초기에 즐겨 드시던 음식이 있을까요? 혹시 지금도 그것을 즐겨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 창업 초기 꿀직구 시절에 월세 15만 원짜리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에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단골이었던 쪽문 우리 분식에서 직원들과 고기볶음, 부대찌개를 많이 먹었습니다. 요즘은 안 간 지 꽤 오래되었는데, 네이버 플레이스를 확인해 보니 저희가 홍보 차원에서 만들어 드렸던 메뉴판이 아직도 있더라고요(웃음).

: 하단에 보니 해외 택배 꿀택배라는 광고가 있네요. 당시 꿀직구를 광고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군요.

 

: , 굉장히 오래된 메뉴판을 쓰고 계셨는데 저희가 새것으로 교체해 드릴 테니 대신 하단에 광고를 넣게 해달라고 했어요.

 

: 창업 이후 가장 첫 번째 실패로 기억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요즘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시장의 규모가 충분한지 파악하고, 문제를 찾아내고, 가설을 세우고, MVPPMF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제품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즈봇 초기에 카카오톡 채널 유저가 어느 정도 모이고부터,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지원사업비로 웹을 만들었어요. 차라리 퍼널 최적화를 통해 유닛 이코노믹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조금 더 의미 있게 예산을 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설명이 좀 필요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제가 첨언을 좀 드리겠습니다. 퍼널(Funnel)는 고객이 제품/서비스를 인지하고 구매까지 이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이 마치 깔때기처럼 생겨서 퍼널(Funnel)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러한 퍼널을 최적화한다는 것은 고객이 각 단계를 보다 더 수월하게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인지, 관심, 고려, 구매, 유지의 단계로 이뤄집니다.

 

유닛 이코노믹스는 단위 경제학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고객 한 명당, 제품 한 단위당 수익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고객을 얻는데 드는 고객 획득 비용(CAC), 고객이 전체 거래 기간에 가져다주는 수익인 고객생애가치(LTV) 등이 여기 해당하는 개념입니다.

 

두 개념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퍼널을 최적화하면 고객 획득 비용(CAC)을 낮추고 고객생애가치(LTV)를 높일 수 있어 유닛 이코노믹스가 개선됩니다. 결국 퍼널 최적화하여 유닛 이코노믹스를 높인다는 것은 퍼널 최적화로 더 많은 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유닛 이코노믹스로 각 고객의 수익성을 높인다면 전체 비즈니스의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는 기업 경영의 핵심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설명이 너무 많았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창업 초기 단계에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자본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지원사업비와 공공 대출로 런웨이*는 그리 짧지 않았던 것 같고요, 투자를 한번 받아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번 이상은 퇴짜를 맞은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너무 많이 받으니까 이 사업을 진짜 해야 하나 신념이 흔들리더라고요.

 

* 런웨이 : 런웨이는 스타트업이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얼마나 오래 운영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간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달리는 활주로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스타트업이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 일반적으로 제 주변 대표님들에게도 투자는 피드백 후 개선이 있다면 백번 안에는 무조건 된다고 독려하곤 합니다. 배대표님은 어떻게 투자를 성사했나요?

 

: 운 좋게도 친한 대표님이 친구분을 소개해 주셨는데, 저녁 식사 한번 하고 다음 날 바로 1억을 통장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넥슨 부사장님이었고,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어서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소개받은 좋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의사결정자를 만나는 퍼널이 짧아졌습니다.

 

: 엑시트를 한 사업 모델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가능하다면 이 사업 모델이 탄생하게 된 경과도 같이 설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마케팅 대행사를 하면서 페이스북 채널로 팔로워 기반으로 돈을 버는 로직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흔하지만, 카카오톡 채널이 초기라 경쟁도 적고 전 국민이 쓰고 있는 채널이라 접근성이나 사용성도 좋을 것 같아서 카카오 채널로 팔로워를 모으고 광고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당시 페이스북 내에서는 그러한 아이템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많았고, 카카오톡 채널 역시 그러한 움직임이 보여 미리 움직이신 거군요. 공략 포인트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출처: Peggy undco Lachmann-Anke_pixabay 



: 부동산/지원사업/병원/학원 등 사람들이 이건 어디에 광고할래?’라고 했을 때 3초 안에 대답 못 하는 분야로 타겟을 잡고 60여 개 카카오 챗봇을 만들어서 테스트했어요.

 

: 3초 안에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대중에게 아직 각인된 서비스가 없다는 뜻이고, 그건 그곳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신 거군요!

 

: . 초기에 크게 화제가 된 아이템도 있었지만 결국 남은 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 카카오톡 무료 구독, 비즈봇 이었습니다.

 

: 어떻게 보면 과거 기관에서 재직했던 전문성이 이바지했던 것 같네요.

 

: 동감입니다. 기본적인 사업 모델은 단순합니다. 인스타로 광고해서, 카카오톡 채널 유저 수 늘리고, 공공의 정책이나 지원사업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홍보 해주는 겁니다.

 

: 그렇다면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죠? 홍보를 해주는 것은 결국 비용을 쓰는 행위 아닌가요?

 

: 그 과정에서 수익이 생기는 저희만의 비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 제가 궁금했던 부분인데 오히려 그것이 결정적인 비밀이었군요. (웃음)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이나 도구가 무엇이 있을까요?

 

: 미팅이나 실험 데이터를 아카이빙 하기 위한 구글 드라이브를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 밖에, 홍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망고보드, 챗봇 제작을 위한 카카오i오픈빌더, 채널 관리를 위한 카카오 채널 관리자센터, 메시지를 보내는 카카오 모먼트 등 서비스의 핵심 퍼널에 사용되는 틀 들을 많이 씁니다.

 

: 업무 특성상 카카오 관련 툴을 주로 쓰셨고 구글 드라이브가 제일 큰 역할을 하셨네요.

 

: 다른 것들도 많이 써봤는데 저희 업무 특성에는 구글 드라이브가 가장 맞더라고요.

 

: 엑시트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을까요? 여기 있는 스타트업들은 그 기회가 어떻게 마주하게 되는지를 매우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 운이 좋았습니다. KCD에서 이메일로 비즈봇 광고 의뢰를 했고, 메가 채널과 협업하고 싶어서 결과 보고 할 때 본사 사무실로 찾아가서 발표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대표님이 있었고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인수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 아니, 이건 그야말로 이네요!

 

: . 회고해도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엔 대체할 말이 없습니다. (웃음)

 

: 혹자는 겸손으로, 혹자는 노력의 불필요성으로 인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대표님에게 확실히 어필할 포인트는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점이 우리 기업의 큰 어필을 했을까요?

 

: KCD의 인수 의사결정 포인트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로, 당시 캐시 노트는 100만 사업자 유저를 연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캐시노트가 80, 비즈봇이 25만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결과 보고 PT할때 대표님이 CAC를 물어봤었는데, 캐시노트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 연간 목표를 달성하고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고려한다면 인수는 당연한 결과네요.

 

: 이 사실을 엑시트 과정에서 확실히 알았다면 더 좋은 딜을 했을 것 같습니다. (웃음) 한 번뿐인 기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했는데인수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신용 데이터에 관한 공부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현재 그 목표에 대한 As-Is는 어떤지, 왜 우리를 인수해야 하는지, 그들 관점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졌는지 명확하게 알았더라면 딜이 달라졌을 수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엑시트 시점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작은 규모라도 마침표를 찍어 본다면 다음 창업에 도움이 될 거라 확신했습니다. 유니콘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고 더 멀리 함께 갈 수 있다는 큰 기대도 있었습니다.

 

: 이 질문은 여느 엑시트 기업과 달리 배 대표님을 모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일 때 몰랐으나 지금의 모기업을 만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전에 제게 말씀하실 때는 처음에 인수하게 되는 대표님이 왜 그런지를 몰랐다가, 이제는 그 방법을 빠르게 익히는 태도의 변화가 전 인상적이었거든요. 엑시트 과정과는 무관하게 이 부분은 우리 대표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첫 번째, 미션/비전/벨류 정의를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미션을 우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의하는 것이고요, 비전은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리는 것이고, 벨류는 고객에게 주는 핵심 가치입니다. 팀을 한 방향으로 얼라인 시키기 위한 수단이고요, 내부 의사결정 할 때 우리가 고객에게 주는 밸류를 높이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고, 미션과 비전 달성을 위한 아젠다인지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두 번째,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퍼널과 각각의 전환율을 수치화/시각화하고 끊임없이 최적화해 나갑니다. 예를 들어, 세일즈 담당자가 있다고 하면 제안 수 x 계약 전환율 x 평균 계약 금액 / 계약 주기로 세일즈 핵심 지표들의 퍼널을 최적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데이터 아카이빙을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해서 합니다. MVP 문서, 가설검증 데이터뿐만 아니라, 팀원과 면담한 데이터들도 아카이빙 하고 앞으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쓰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 대표는 원래 업무량이 무한인 것이 특징인데 자신만의 번아웃 관리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루틴을 만들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월요일 출근이 두렵습니다. 업무 효율이 높지 않은 월요일 3시 이전까지 모든 주간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난주 회고와 이번 주 액션 아이템을 정리하고 그 이후로는 아무 생각 안하고 그냥 합니다. 루틴은 암묵적인 약속보다는 내부 미팅 포함해 모든 미팅을 구글 캘린더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월요일 오전의 부팅이 늦더라도 강제로 시동을 걸고 운전하도록 만드는 느낌이군요. 운동은 따로 안 하세요?

 

: 개인적으로 에너지 레벨을 올리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주 3회 하고 주말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서 평일에 가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연차 쓰고 실컷 놀면서 걱정을 극대화하고, 다음날 정신 번쩍 차리고 일을 합니다.

 

: "성공"이라는 개념이 창업 초기에서 지금까지 변화가 있었나요? 그리고 그것이 기업 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창업 초기에는 한 달에 천만 원을 벌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만 원을 벌게 되었을 때 나는 성공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른 목표들도 마찬가지였었던 것 같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로또처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큰 운이 따라오지 않는 이상 수입에 대한 목표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사업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아무리 잘나가도 결국 마지막은 폐업입니다.

 

지금은 과정에서 성공을 찾고 있습니다. 상반기 유저획득에 대한 CAC10% 절감 목표를 달성 했을 때, 세일즈에서 상담->계약 전환율을 5% 개선 목표를 달성 했을 때, 3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을 때를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세레머니를 하는 편입니다.

 

: 대개 화폐 단위에 근거한 목표를 세우는데, 사실상 그것이 달성되더라도 느껴지는 정신적 공허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혹자는 이를 배부른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업은 길게 하는 거니까요. 답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지금, 이 인터뷰를 보는 창업기업은 대표님 관점에서 볼 때 성공을 반복하고 있는 기업이네요. 이들은 유례없는 성장을 매일 이루고 있고, 개선이 일상이니까요. 이 인터뷰의 아이러니함인데 창업자들은 대표님을 보고 성공이라고 하는데, 대표님은 창업자분들에게 지금성공하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양측은 서로 성공을 만끽하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웃음) 창업 초기부터 지키려고 하는 루틴이 있을까요?

 

: 다른 팀원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5개 이내로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 생각보다 복잡한 건 없네요. 간결화시킨 결과로 봐도 될까요?

 

: . (웃음)



출처: Annie Spratt_unsplash 



: 고용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죠. 여기 계신 창업자분들은 이제 곧 첫 직원을 고용하거나 고용할 예정입니다. 대표님의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가지고 첫 직원을 고용하게 된 시기가 언제였나요? 그걸로 회사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 첫 창업에서 무턱대고 채용해서 예산이나 R&R 정의에 매우 힘들었는데요, 그 뒤로는 채용했을 때 매출이나 지표에 인건비 이상으로 플러스가 된다고 판단이 될 때 채용합니다. 그 판단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3개월 정도 수습 기간을 가지면서 서로 맞춰보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오너십 구조를 최적화해서 2023년 직원 수는 전년 대비 50%로 줄었지만 1인 평균 매출이 200% 이상 증가했습니다.

 

: 도입 부분에 이야기한 퍼널 최적화 역시 데이터 기반의 운영인데 직원에도 데이터 기반의 운영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 습니다. 직원들의 기여도는 모두 수치화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연봉 협상이 이루어집니다.

 

: 연봉 협상에서 징징거림이나 언변이 소용이 없어지는군요!

 

: . 각 개인의 목표치 역시 수치화되어 주 단위 회의에서도 그 수치를 기반으로 회의합니다. 이는 시각화가 되어 있어서 주황색이면 경고 단계이니 주의를 하라고 말할 수 있고, 빨간색이면 위험하니 대책을 마련합니다.

 

: 어찌 보면 매정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관계 내 감정 소모는 최소화되는군요!

 

: 맞습니다.

 

: 팀 빌딩은 스타트업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합니다. 좋은 팀원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 현재 팀원들 모두 업무 밀도와 스탠다드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테헤란로 스타트업들의 팀빌딩에 비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 회사도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아서 좋은 분들(글로벌/대기업 출신) 소개는 많이 받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서 한 번도 팀원이 된 적은 없습니다.

 

: 예를 들면요?

 

: 개발자가 필요해서 요청을 드렸더니 블리자드 현직 팀장님을 소개받은 적이 있습니다.

 

: ?!!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 사실 그땐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서 블리자드 팀장이 요구한 사항이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당연히 연봉이나 조건도 맞춰주지도 못했고요.

 

: 하하하! 척박한 자원으로 어떻게 좋은 팀원을 구하는지를 질문드리려고 했는데, 좋은 팀원은 구했으나 자원이 척박하여 고용하지 못하는 답변을 받았네요. 지금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어떠신가요?

 

: 대부분은 같이 밤새워 가며 함께 성장한 분들이고요, 이 사람은 꼭 함께해야겠다고 확신이 드는 분은 4~6개월 정도 관계 빌드업을 통해 제 진심과 비전을 보여주면서 긴 시간 설득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설득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기업문화나 팀빌딩에 대한 철학이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어떻게 실천하셨나요?

 

: 창업 초기에 결론이 없는 회의를 하는데 리소스를 너무 많이 뺏겼던 것 같습니다. 5명을 소집해서 1시간을 회의하면 5시간을 쓰는 건데 이게 한 달이 되고, 한 분기가 되니 어마어마한 낭비로 느껴졌습니다.

 

단순 아이디에이션은 업무협업 툴로만 진행하고, 회의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만 진행합니다. 호스트는 사전에 회의에서 끌어내야 할 결론, 맥락과 자료, 액션 아이템 등을 미리 공유해야 합니다.

 

나의 일보다 남의 일을 도와주는 게 우선순위가 더 높은 직원이 간혹 있습니다. 심지어 퇴근할 때 일 많이 했다고 뿌듯해하기도 하고요. 회사 입장에서 1명이 해야 할 일을 1.5명이 하는 겁니다.

 

역할과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난 뒤부터는 개선이 많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목표 달성이 최우선 순위 아젠다라서, 다른 팀원에게 업무 협조 요청할 때는 상대방의 목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제안하게 되더라고요.



출처: krakenimages_unsplash  

 


: 바로 전 질문의 설득도 그러하고, 이번 질문도 행간에 숨겨진 시간이나 의미가 많은데 오늘 시간이 짧은 것이 아쉽네요. 창업 초기 멘토나 조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나요? 그들의 조언 중 가장 가치 있었던 것과 오히려 해가 되었던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 엔젤 투자자였던 ()넥슨 김태환 부사장님이 잘하고 있다. 다왔다. 조금만 더 가보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긍정 에너지를 통해 불안함이 줄어들고 팀의 에너지 레벨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반면, 구체적인 아젠다 없이 누구누구 만나보라고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처음에는 서울 자주 올라가니 뭔가 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성과 없이 계속 시간과 비용 리소스만 낭비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엑시트 이후의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현재 업을 하고 있는 대표님들은 보통 다음 창업에서 더 풍족한 초기 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꿈을 많이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대표님은 어떠신가요?

 

: 지난 16년 동안 저는 나의 노력을 회사에 나눠주는 employee(근로자)에서, 내가 노력한 만큼 벌어가는 Self-employed(자영업/전문직/소규모 기업), 직원들이 나의 급여를 벌어주는 Business owner(사업가)를 거쳐서 이제 경험/ 네트워크/ 자본으로 돈을 버는 Investor(투자자)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고 저의 새로운 미션이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좋은 분들과 팀을 만들어서 스타트업 투자나 PF 등 작은 테스트들은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 전 좀 더 많은 정보를 알고는 있지만 의무복무 기간 중에 차후 계획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대표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여기까지 질문하겠습니다. 창업 과정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KCD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합니다. 숫자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수 초기에 데이터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의 상상하지 말라와 말콤 글레드웰의 블링크라는 서로 반대되는 책을 읽으며 데이터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짧게 설명해 드리자면 상상하지 말라는 막연한 추측하지 말고 데이터에서 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반면에, ‘블링크는 직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 전혀 반대편의 책 두 권을 말씀하시네요?!

 

: , 그렇긴 하지만 블링크의 책 뒷부분엔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따지고 보면 직관은 우리 경험이 축적되어 쌓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어찌 보면 맞닿아 있기도 하군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게 될 창업자분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실 말이 있을까요?

 

: 주변에 엑시트하거나 상장한 대표님들 대부분이 성공의 비결은 운이라고 합니다.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팀의 노력이 운과 만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유닛이코노믹스)이 첫 번째고, 운을 만났을 때 그 운을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남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지표)을 키워가셨으면 합니다. 치열한 시장의 경쟁률을 뚫고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잘하고 계신다고 봅니다. 화이팅!



백 진 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북청년창업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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