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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칼럼C] Data Shift에 대하여_#2.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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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칼럼C] Data Shift에 대하여_#2.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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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nsplash by Towfiqu barbhuiya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에 쉽게 답하는 창업자는 드뭅니다. 그 이유를 예측해 보자면, 광범위하게 설정한 고객 정의에 대한 자신이 없거나, 아직 고객이 누군지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보통 사업에서 고민하는 것은 잘 팔릴 때가 아니라 팔리지 않을 때입니다. 왜냐하면 그때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안 사는지보다 누가 사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구매자가 확장되어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고객이 누구일까?’라는 질문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이전에 해야 할 질문입니다. 애석하게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된 이후에 이 질문이 발현되었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어두울 것입니다. 빠르든 늦든 이 질문은 멈출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고객 정의는 커다란 집단으로 정의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고도성장의 환경에서는 공동체 이익이 우선되어 개성은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당시 지상파 방송과 같은 대중 매체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한 '개인의 시대'입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면서 제품과 서비스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초개인화'가 되어 있습니다. OTT 서비스는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콘텐츠와 다른 섬네일을 보여주며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고객에 대한 이해는 개인의 이해와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입니다. 애석하지만 우린 이 사업을 성공시킬 셈입니다. 힘을 내 볼까요? 이왕이면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를 표적으로 잡아보죠. 어려운 문제를 풀면 나머지 문제는 좀 수월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문득 꼰대의 표상인 김 부장님이 떠오릅니다. 그분의 생각은 좀처럼 알기 힘들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느 소설가가 말하길 타인에 대한 미움은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부장이라면 아마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산 X세대일 것입니다. 일단 세대별 구분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산업화 시대(1940-1954) 

베이비붐 세대(1955-1963)

386세대(1960-1969)

X세대(1970-1980)

밀레니얼 세대(1981-1996)

Z세대(1997-2010)

알파 세대(2011-2024)

 

사실 나이에 따라서 이렇게 세대를 나누는 것이 상당한 난센스라 생각되지만, 이렇게 나눈다는 것은 알아두기로 하죠. 글을 쓰면서 흥미로운 것이 불과 몇 년 전엔 부장 세대가 386세대였는데, 지금은 X세대가 부장 세대가 된 것은 격세지감이네요. 그때는 386세대를 말했고 이제는 X세대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X세대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재 개그, 막말, 회식, 남녀평등 인식 부족 등이 있을 겁니다. 과거 386세대를 조사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고독사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였는데 50대 고독사가 27%로 가장 높았습니다. 성별 고독사 비율도 남성이 81%나 되었습니다. 최근 자료도 한 번 볼까요? 2022년 기준으로 살펴보니 50대가 26.6%, 60대가 25.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별 고독사 비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4배가 높습니다. 반려동물의 시장이 뜨거워진 이유에 그들의 외로움도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게 시선을 주는 생명체는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업무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많았던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X세대는 과업이 있으면 야근이라도 해서 완수하는 문화에서 일을 배웠으나, 부하직원은 그런 문화를 용납하지 못하는 낀 세대입니다. 윗선에서는 과거와 같은 형태의 업무 지시가 계속되지만, 수행할 부하직원은 없습니다. 그래서 밤을 새우는 X세대의 팀장과 부장이 많습니다.

 

1980년대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45.3%를 넘어섭니다. 1975년부터 1990년대까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40%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여성은 원래 경제 주체가 아니었다가 급격히 부상하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2008년쯤 '아내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에서는 가족들에게 벗어나 쉬겠다는 엄마의 이혼과 가출이 주제인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국민 엄마인 김혜자 배우님이 연기하셔서 더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유사한 시기 일본에서는 2005년에서 2015년까지 '사후 이혼'50%가 증가했고, 2018년 이후 매년 3천 건 이상이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힘과 권력을 소진해 버린 남성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95년도에는 터프가이가 남성의 지상 최대 과업이었다면 요즘은 살림, 육아, 요리까지 섭렵해야 하는 것이 남성의 과업으로 변모했습니다. 정년퇴직은 201010%에서 202211%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조기퇴직(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201014.1%에서 202217.7%로 증가했습니다. 정년 연장을 하지만 사실 조기퇴직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X세대엔 그루밍족이 크게 성장했고 자기 계발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이루어집니다. 마치 하나의 세대에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린 어쩌면 공리주의에 살고 있는 X세대와 개인주의에 살고 있는 X세대를 동시에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80년대는 9.5%, 90년대는 7%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고통을 조금만 감내하면 미래는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박봉의 신입사원도 높은 임원분들의 높은 임금을 보면 현재를 기꺼이 인내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이후 경제 성장률은 3%대로 하락했습니다. X세대 김 부장은 신입사원이 연봉에 목숨 거는 것이 성급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X세대는 민주화 운동, 촛불 시위 등 스스로 시대의 변혁을 경험했습니다. 시대를 과감히 거스르고 변화 경험이 있는 X세대는 쉽게 포기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진출처: Unsplash by Zuzana Ruttkay


방금 제가 말씀드린 예시는 하나의 세대입니다. 고객이 아닙니다. 한 명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이보다 더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높여야 합니다. 고객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알려드리는 이유는 실제로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린 고객을 두려워합니다. 우리가 고객과 급격히 가까워지는 경우는 대부분 악성 고객의 민원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악성 민원을 경험하지도 않은 창업자들이 고객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뭘까요? 고객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내 제품이 아직 완성도가 낮다는 판단, 고객 경험 부족 등 다양할 겁니다. 그런데 고객에게 듣는 부정적 피드백이나 거절이 내게 아무런 자산도 되지 못할까요? 제품의 방향성이나 개선을 알려주는 좋은 지침이 되는 건 아닐까요?

 

아무리 잘 정리된 통계 데이터가 있더라도 고객을 파악하는 데는 직접 만나보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보통 제가 새로운 사업 영역에 배치되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상위 10% 고객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력을 파악하고 강점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깨닫습니다. 고객 페르소나 개념을 어렵게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만나게 되면 그게 바로 우리의 실존하는 '고객'이니까요.

 

어쩌면 우린 구매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팔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안일한 예측을 두르고 매출이 오르니 고객을 안다고 착각할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그들이 훌쩍 떠나면 가격 경쟁력 높은 경쟁사의 등장이나 트렌드의 몰락으로 대충 결론을 정할지도 모릅니다. 사업을 추측으로 하실 건 아닐 거라 믿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어제보다 조금 더 우리의 고객을 이해하면 됩니다. 정답을 한 번에 맞히는 게 아닙니다. 매일 내는 오답이 정답으로 1밀리미터씩 근접해 가는 겁니다. , 이제 책상 위 커다란 포스트잇을 하나 떼서 적어봅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이 질문에 답해보시죠.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백 진 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북청년창업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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